미국 병원 채플린
저는 미국 버지니아 뉴폿 뉴스에 있는 리버사이드 메디칼 센터(Riverside Regional Medical Center) 그리고 버지니아 주 노폭에 있는 센타라 노폭 종합 병원(Sentara Norfolk General Hospital)에서 병원 원목(Chaplain)으로 일하였습니다. 한국 사람으로 미국의 종합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일하였습니다. 미국 병원의 채플린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병원에서 채플린으로서 하고 있는 사역들을 잠깐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미국의 대다수의 종합병원에는 채플린들이 근무합니다. 한국은 원목들이 주로 종교 계통의 병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국은 종교와 상관없이 일반 종합병원에서도 채플린이 상주하고 있고 병원의 일반 직원들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크게 다르다면 미국의 채플린은 의사나 간호사 등과 같이 의료팀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채플린이 하는 일들이 단순히 환자들을 방문해서 기도해주고 예배를 인도하는 것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도 환자들을 방문하고 상담하고 기도해주고 위로해주고 그리고 예배를 인도하는 역할들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채플린들이 병원에서 하는 사역들이 많습니다.
저의 하루 일상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풀타임 채플린이기 때문에 주당 40시간을 일합니다. 아침에 7시 30분까지 출근하고 출근해서 자신이 담당한 병동의 환자들의 확인합니다. 혹시 상담이나 위로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8시에 아침 보고회를 합니다. 채플린 매니저와 다른 스탶 채플린들과 같이 그날의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보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나서 9시부터 본인이 담당한 병동의 환자들을 방문합니다. 저는 응급실과 일반 병동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특별히 응급실을 담당하면 정말로 정신이 없이 바쁩니다. 수시로 응급환자들이 밀려오기 때문에 저희는 삐삐를 늘 차고 다녀야 합니다. 응급 환자가 오면 삐삐로 연락이 와서 곧바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합니다.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은 주로 교통사고, 총상환자, 칼에 맞고 온 환자, 등 여러가지로 급한 외상 환자들입니다. 그럼 응급 의료팀이 환자들을 처치하는 동안 기다리고 나서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 직접 환자와 대면해서 가족들이 알고 있는지 그리고 병원에 오는지 여부를 물어봅니다. 필요할 경우에 우리가 직접 가족들과 연락을 취합니다. 그리고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합니다. 응급실 환자가 없는 시간 동안에는 제가 담당한 병동의 환자들을 만납니다. 먼저 그 병동의 수 간호사를 만나서 채플린의 위로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환자들을 방문합니다. 보통 환자들을 만나서 상담하는 시간은 약 25분 정도입니다. 환자들을 만나고 나서는 반드시 의사나 간호사들이 작성하는 차트를 채플린들도 기록해야 합니다. 저는 응급실을 담당하기 때문에 점심 시간을 안정되게 가지지 못합니다. 시간이 날 때 점심을 먹고 언제든지 대기하는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오후가 되면 또 다시 병동을 방문하고 응급 환자가 오면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정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나서 5시에 퇴근합니다.
채플린의 하루 일과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참으로 역동적이고 분주하며 상황이 급박할 때는 침착하면서 신속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나 간호사 그리고 다른 채플린들과도 수시로 생각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입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한국 환자들을 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그때는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중에 하루는 주중에 환자들을 만나서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 축어록을 작성해서 슈퍼바이저와 다른 동료들과 함께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피드백도 받습니다. 대체적으로 환자들은 채플린이 방문하는 것을 고마워합니다. 그리고 채플린이 와서 위로해주고 기도해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채플린이 하는 일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례가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박봉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서 상담하고 위로하고 그리고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의사나 간호사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그러면서 하루가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미국 병원에서 채플린으로서 일하는 모습입니다.